운주사 臥佛, 왜 누워있나

전라도 문화수수께끼(1)
와불 곁에 누워 보면 북극성 바라보고 있어

2013. 05.10(금) 17:25

이집트의 피라미드, 피사의 사탑, 바빌론의 궁중정원 등은 세계의 7대 불가사의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오자와 탈자가 없는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비롯 무너지지 않은 마이산의 돌탑 등 현대문명으로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존재한다. 문화통&Asia는 풀기 어려운 전라도문화의 수수께끼를 찾아 그 해법을 찾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운주사 와불은 왜 누워 있을까. 가설 700년이 넘는 함평 고막천 돌다리는 왜 무너지지 않는가 등을 추적한다. <편집자 주>

천불천탑으로 이름난 신비의 도량 운주사(雲住寺) 오른쪽 구릉 너럭바위를 이불삼아 누워있는 한쌍의 와불은 어찌하여 누워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수수께끼다. 국내 유수의 연구진에 의해 여러차례 발굴조사가 이뤄졌지만 아직 딱 부러지게 밝혀진 사실은 하나도 없다. 「역사에 더 눈밝은 이」혹은 「해답에 관한 비망록」의 출현만이 열쇠라는 것 외엔….
민간에서 구전되는 전설을 빌리면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도선국사가 운주사를 세운 뒤 사동(使童) 한 명을 데리고 도력(道力)으로 천상의 석공들을 불러 그 날 닭이 울기 전까지 천불천탑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일이 거의 마무리돼갈 무렵 사동이 거짓으로 닭 우는 소리를 내자, 석공들은 일손을 멈추고 천상으로 되돌아 가버려 와불이 세워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저 전설에 불과하다.

와불의 신비를 벗기는 작업은 그간 발굴조사의 결과에다 추론을 덧붙이는 방법밖에 없다. 팔베게를 한 열반상은 있지만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불상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원광대 박물관장을 지낸 정영호씨는 "와불의 높이가 10m가 넘어 누운 상태로 조각한 후 입불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미처 세우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입불작업에 대한 방증으로 와불 발밑부분을 채석하기 위한 생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가 하면 다른 불상을 떼어내고 남은 흔적, 구조물을 운반할 때 생긴 마멸 흔적 따위가 여럿 있다.
일부에서는 기성 불교계에서 소외당한 승려들이 일부 호족(在家신도)들과 결탁, 조상불사(造像佛事)를 하는 예가 많았는데 운주사의 와불 역시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제작되었다가 미완성으로 남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민간신앙 차원에서는 와불이 부부불(夫婦佛)인가 아니면 남매불(男妹佛)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와불 아래쪽에 있는 시위불과 짝을 이룬 삼존불로 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다.
한편 이 와불은 토속신앙과 연계된 수수께끼를 갖고 있다. 와불의 시선이 북극성과 조응(照應)하고 있다든가, 인근 너럭바위 위에 널린 7개의 둥근 돌이 칠성석(칠성신앙의 상징, 채 완성되지 못한 7층 석탑의 재료라는 설도 있다)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있다.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