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사랑은 없다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나카노 쿄코 지음 이연식 옮김

2013. 03.29(금) 09:32

몇 백년이 지나도 입으로 전해지고 재해석되는 유럽의 5대 왕실이 있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의 경쟁, 벨라스케스의 명작 ‘라스 메니나스’ 속 귀여운 공주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짧은 생애, 아들을 때려죽인 러시아 이반 뇌제와 일곱 황비 이야기, 독일 선제후였다가 영국의 왕이 된 조지 1세가 자신의 왕비를 평생 유폐시킨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헨리 8세와 앤 불린 이야기가 그것이다.

나카노 쿄코가 지은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는 유럽 5대 왕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 왕실 이야기는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특히 왕과 왕비, 즉 남녀 관계를 다루지만, 사랑이야기는 없다. 이들에게 사랑은 언제나 자신에게 치명상을 입힐 뿐이다. 특히 눈앞에 있는 강자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사랑은 가벼운 놀이이거나 들키지 말아야 했다. 그렇지 못했던 메리 스튜어트, 조피아 도로테아, 앤 불린은 잔혹한 왕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왕실은 방심하는 순간, 가련한 존재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곳이었음을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방심의 순간, 운명은 잔혹한 모습을 보인다.

5장으로 구성된 이책은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가 우여곡절 끝에 정치적 경쟁자인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손아귀에 18년 동안이나 유폐되었다가 끝내 처형당하게 된 전말을 그린 제 1장 여왕들의 경쟁: 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스튜어트 이야기로 시작한다.
제2장에서는 벨라스케스의 유명한 작품 "라스 메니나스"에 등장하는 귀여운 공주 마르가리타의 비극적인 운명과 근친결혼으로 얼룩진 합스부르크 가의 흑역사를 다룬 푸른 피를 지키기 위한 결혼: 합스부르크 가문과 마르가리타 테레사, 뒤를 이어 러시아 제국의 기틀을 다졌으나 그의 치세는 광기와 잔혹한 폭력으로 점철된 이반 뇌제. 그 속에서 차례차례 희생된,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일곱 황비의 이야기인 광기의 군주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일곱 황비: 이반 뇌제와 황비들의 삶을 담았다.
유럽 왕실사에서 뛰어난 미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조피아 도로테아, 그녀는 단 한 번의 외도로 잔혹한 남편의 마수에 걸려 반평생 유폐되었던 이야기 무식하고 야비한 왕에게 평생을 유폐당한 왕비: 조지 1세와 조피아 도로테아, 마지막 장에서는 여섯 명의 왕비를 차례차례 갈아치우며 그중 두 명을 처형한 헨리 8세의 잔혹한 행각속에서 사랑과 지위와 생존을 모색했던 앤 불린의 애절한 이야기인 잔혹함에 맞선 왕비의 생존법: 헨리 8세와 앤 불린이 그려진다.

이 책의 저자인 나카노 쿄코는 와세다 대학에서 독일 문학과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며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국내에는 ‘무서운 그림’시리즈로 알려졌으며, 그림 속 ‘공포’를 주제로 꾸준히 책을 펴내고 있다. 아사히 신문(朝日新聞) 웹사이트에서 역사 에세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역자인 이연식 씨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일본의 우키요에와 양풍화에 대한 논문을 썼다. 학부에서는 그림을 그렸고, 현재 미술책 저술과 번역을 병행하며 미술사를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 글쓰기를 주제로 강의도 하고 있다.

239쪽/ 15,000원


편세라 기자 psr@mtong.kr        편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